요약
본 보고서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발표한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제공한다. 본 계획은 단순한 설비 증설 계획을 넘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두 가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청사진이다.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 총 72조 8천억 원이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망 구축, 호남-수도권 HVDC(초고압 직류송전)망 재편, 그리고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핵심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및 ESS-STATCOM과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계통 불안정성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그러나 본 계획의 성공은 한전의 막대한 부채로 인한 재원 조달 능력과 송변전설비 건설을 둘러싼 고질적인 주민 수용성 문제라는 두 가지 중대한 실행 리스크에 직결되어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인 법적 장치이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제11차 계획은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계획이지만, 그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건전성 확보, 사회적 합의 형성,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이 조화롭게 결합되어야 하는 고도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제1장 새로운 국가 전력망의 필요성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기존 계획의 점진적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필연적이고 과감한 대응이다. 이는 디지털 경제가 촉발한 특정 지역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지리적으로 분산되고 간헐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1 AI 및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도래: 신규 수요의 정량화
이번 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정(Fab)에서 비롯되는 기하급수적인 전력 수요 증가이다. 특히 AI 기술의 확산은 전력 소비량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신규 수요의 진원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곳은 10GW 이상의 안정적인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최신 원자력 발전소 약 7기에서 10기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 단일 프로젝트가 이번 계획에 포함된 신규 인프라 투자의 상당 부분을 촉발하는 핵심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광범위하고 분산된 부하 증가를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리적으로 고도로 집중된 '초거대 부하(Hyper-load)'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이전 계획들은 이 정도 규모의 집중 부하를 경험한 바 없다.
1.2 재생에너지의 역설: 변동성과 지역적 불균형의 통합
본 계획은 호남권 및 서·남해안 지역에 집중된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의 도입을 수용해야 한다. 이미 제10차 계획에서도 비수도권의 재생에너지 발전 중심지와 수도권의 전력 수요 중심지 간의 심화되는 불일치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지리적 불균형은 심각한 송전망 혼잡을 야기한다. 남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이 북부의 수요처로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하면서,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 발전소의 출력까지 강제로 줄여야 하는 '출력제약(Curtailment)'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경제적, 효율적 손실을 의미한다. 제11차 계획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서해안에서 생산된 대규모 전력을 주요 산업단지로 직접 수송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을 제안한다.
1.3 제10차에서 제11차 계획으로: 전략과 규모의 진화
제11차 계획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의 장기 계획으로, 지난 2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후속 세부 계획이다. 총 투자 규모는 72조 8천억 원으로, 제10차 계획(2022년-2036년)의 56조 5천억 원 대비 16조 3천억 원(28.8%)이 증가했다. 불과 2년 만에 투자 규모가 급증한 것은 가속화된 전력 수요 전망과 급등한 건설 비용을 명확히 보여준다.
제10차 계획이 신규 원전(신한울 3, 4호기)과 초기 단계의 재생에너지 통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7, 제11차 계획의 초점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초거대 부하와 대규모 해상풍력 통합이라는 더욱 첨예하고 시급한 과제로 이동했다. 이는 반응적이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방향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력망 계획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예측된 수요를 따라가며 전력망을 확장하는 '수요 추종형(load-following)'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력망 자체가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국가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적 인프라 주도형 개발(strategic infrastructure-led development)'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공급 계획은 단순히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 반도체 전략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기반 시설 투자이다. 전력망이 더 이상 수동적인 유틸리티가 아닌, 국가 산업 경쟁력의 능동적인 구성 요소가 된 것이다.
제2장 재무 구조 및 경제적 파급 효과
본 장에서는 72조 8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투자 규모의 세부 구성과 비용 상승의 원인을 분석하고,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2.1 72조 8천억 원 투자 계획 해부
제11차 계획의 총 투자액은 15년간 72조 8천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신규 설비 투자에 12조 2천억 원이 배정되었으며, 세부적으로는 지중선로에 7조 1천억 원, 가공선로에 1조 5천억 원, 변전소 건설에 3조 6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지중 송전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해당 설비 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2.2 비용 급증의 배경
제10차 계획 대비 16조 3천억 원이 증가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지정학적 및 시장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구리, 철강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세계적으로 급등하면서 케이블, 변압기, 철탑 등 송변전 설비의 제작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한 금융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체 비용 증가액 중 4조 9천억 원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사회적 및 환경적 요인이다. 경관 훼손 방지와 전자파 우려 완화를 위해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地中化)' 요구가 급증한 것이 주요 비용 상승 요인이다. 지중화는 가공선로 방식에 비해 5배에서 10배 이상 비용이 많이 든다. 이 요인만으로 2조 5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재무 분석을 통해 드러나는 점은, 계획의 성공이 막대한 지출에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상승의 핵심 동인인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중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은 대부분 한전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라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한전에 엄청난 금융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안겨준다. 따라서 72조 8천억 원이라는 수치는 확정된 예산이라기보다는, 향후 외부 요인에 따라 추가 증액될 가능성이 높은 기준선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신규 가공선로(1조 5천억 원) 대비 신규 지중선로(7조 1천억 원)에 약 5배에 달하는 예산을 배정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선다. 이는 '주민 수용성' 문제에 대한 선제적인 재정적 타협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전은 과거 사업에서 반복되었던 입지 선정 갈등과 인허가 지연을 피하기 위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시각적, 환경적 영향이 적은 지중화 방식을 초기 예산에 대거 반영함으로써 사회적 동의를 얻으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2.3 134조 원의 경제적 효과: 기대와 현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이번 72조 8천억 원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약 134조 원의 생산 파급 효과와 약 48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모든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적기에 완공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제적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된다는 가정 하에 산출된 최상의 시나리오로 이해해야 한다.
제3장 제11차 계획의 핵심 전략 기둥
본 장에서는 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들의 기술적 사양과 전략적 당위성을 상세히 분석한다.
3.1 미래 산업의 심장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
본 계획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0GW 이상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전용적인 인프라 구축 방안을 포함한다. 핵심 내용은 산업단지 내부에 대규모 신규 변전소를 직접 건설하고, 이를 기존 국가 전력망과 견고하게 연계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전력의 양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밀리초 단위의 전압 변동에도 웨이퍼 전체가 불량이 될 수 있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극도의 전력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2 국가 '에너지 고속도로': 해상풍력 및 태양광 자원 통합
'에너지 고속도로'는 발전원과 수요처 간의 지리적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 기간 송전망 구축 개념이다.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20GW 규모 해상풍력 발전력을 주요 산업 지대로 직접 연결하는 'U자형 해상 전력망'으로, 204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육상에서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추진된다. 이는 군산-북천안, 신계룡-북천안, 북천안-신기흥을 잇는 신규 345kV 송전선로 건설을 통해 호남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3 국가 전력망의 재설계: 호남-수도권 HVDC 프로젝트의 전략적 전환
이번 계획은 국가 전력망의 핵심축인 호남-수도권 HVDC 사업을 근본적으로 변경했다.
기존 계획 (제10차): 4GW 용량의 2개 루트, 2036년 준공 목표.
신규 계획 (제11차): 2GW 용량의 4개 루트, 2031년, 2036년, 2038년 단계적 준공.
이러한 방향 전환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제약들을 반영한 실용적인 결정이다.
기술적 한계: 현재의 전압형 HVDC(VSC-HVDC) 기술 수준은 단일 루트당 최대 용량이 약 2GW 수준이다.
부지 확보 및 인허가: 4GW급의 거대한 변환소 부지 2개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2GW급 소규모 변환소 4개는 부지 선정에 있어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한다.
계통 유연성 및 단계적 건설: 4개 루트 시스템은 안정성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 하나의 선로가 고장 나더라도 4GW가 아닌 2GW의 손실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변화하는 수요와 발전 설비 증가에 맞춰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이 HVDC 전략의 전환은 한국의 대규모 인프라 계획에서 기술적,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하드 팩터(hard factor)'만큼이나 사회적, 정치적 제약이라는 '소프트 팩터(soft factor)'가 중요해졌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강력한 증거다. 순수한 공학적 관점에서는 소수의 대용량 선로가 더 효율적일 수 있지만, 4GW급 변환소 건설에 대한 주민 반대와 지자체의 비협조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 결국 2GW급 4개 루트로의 변경은 일부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정치적, 사회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선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전력망 확충의 성공 여부가 더 이상 엔지니어링과 건설 능력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여론, 지자체, 토지 소유권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에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제4장 기술적 도약: 계통 안정을 위한 혁신 기술 도입
본 장에서는 전통적인 동기발전기(석탄, 원자력 등)의 비중 감소와 인버터 기반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되는 새로운 기술들을 탐구한다.
4.1 관성 보강: 플라이휠 동기조상기의 역할
제11차 계획은 '플라이휠 동기조상기'의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동기조상기는 부하 없이 전력계통과 동기화하여 회전하면서 무효전력을 공급해 전압을 안정시키는 장치다. 여기에 거대한 '플라이휠(Flywheel)'을 부착하면 물리적인 회전 관성이 극대화된다. 이 관성은 전력계통의 주파수가 급격히 변동하는 것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인버터 기반의 재생에너지가 본질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핵심적인 안정화 기능이다. 이는 향후 전통 발전원이 단계적으로 퇴출됨에 따라 예상되는 '계통 관성' 부족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책이다.
4.2 동적 제어: ESS-STATCOM을 통한 전력 품질 확보
계획에는 'ESS-STATCOM' 통합 설비의 도입도 포함되어 있다.
STATCOM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매우 빠른 속도로 무효전력을 공급하거나 흡수하여, 송전선로 고장과 같은 급격한 외란 발생 시 전압을 신속하게 안정시키는 장치다.
ESS (에너지 저장 장치): 배터리를 이용해 유효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통합 시스템 (ESS-STATCOM): 이 둘을 결합하면 유효전력(ESS)과 무효전력(STATCOM)을 동시에 초고속으로 독립 제어할 수 있다. 이는 전압, 주파수, 조류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강력하고 유연한 수단을 제공하여,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완화하고 계통 안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도입은 전력망 계획가들이 미래의 전력망이 근본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전력망은 거대한 회전체(터빈)들이 제공하는 물리적 관성 덕분에 '내재된 안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버터 기반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시스템에서 관성을 제거하여 계통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플라이휠 동기조상기와 ESS-STATCOM의 도입은, 사라진 관성과 안정성을 정교한 전력전자 기술과 기계 시스템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설계된 안정성(engineered stability)'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전력망을 위한 새로운 '면역 체계'와 '반사 신경'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
4.3 미래 전력망: 중앙계약시장 ESS 및 기타 대책
본 계획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제어하기 위한 중앙계약시장 기반의 ESS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2.22GW 규모의 중앙계약시장 ESS 물량이 도입될 예정이다. 한전은 이 시장 기반 ESS 설비가 전력계통에 효율적으로 연계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5장 험로 탐색: 실행 과제와 전략적 리스크
본 장에서는 제11차 계획이 직면한 막대한 장애물, 특히 한전의 재무 건전성 문제와 고질적인 주민 수용성 확보 문제를 중심으로 냉철한 분석을 제공한다.
5.1 205조 원의 딜레마: 한전의 재무적 이행 능력
계획의 성공적인 실행은 전적으로 한전의 이행 능력에 달려있다. 그러나 한전은 2023년 말 기준 205조 4천억 원이 넘는 누적 부채를 안고 있다. 이 부채에 대한 연간 이자 부담만 약 4조 원에 달한다. 최근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한전의 재무 건전성은 여전히 취약하며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과 국제 연료 가격 변동에 크게 좌우된다. 15년간 72조 8천억 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며, 추가적인 회사채 발행(이자 부담 가중), 정부 지원,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2 사회적 운영 허가: 주민 수용성 장벽 극복
이는 계획 실행에 있어 단일 리스크로는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수많은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의 반대와 인허가 문제로 심각한 지연을 겪었다. 제10차 계획에 포함된 사업들 역시 이 문제로 인해 이미 상당수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옥내 변전소 및 변환소 증설에 대한 반대로 지연된 하남시 사업과 송전선로 건설 인허가 비협조로 난항을 겪는 당진시 사업이 있다. 이러한 지연은 계통 안정성을 저해하고 프로젝트 비용을 급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제11차 계획에 포함된 신규 사업에 대해서도 천안시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이 문제가 만성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한전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친화형 변전소'를 확대하고, 중립적인 전자파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한전의 재무 악화와 주민 수용성 문제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위험의 악순환(Vicious Cycle of Risk)' 구조를 형성한다.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면 막대한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한전의 재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재무적으로 취약해진 한전은 사업비와 부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인상된 전기요금은 다시 여론을 악화시키고, 이는 다음 인프라 사업에 대한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악순환을 강화한다. 이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제11차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5.3 지정학적 및 공급망 취약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이미 계획이 원자재 가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었다. 나아가 HVDC 시스템, 첨단 전력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잠재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기술 종속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제6장 입법적 촉매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본 장에서는 2024년 2월 제정된 특별법이 사업 지연의 악순환을 끊고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수단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분석한다.
6.1 주요 조항 및 작동 원리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핵심 전력망 인프라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의 핵심 목표는 전체 사업 기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인허가 및 입지 선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법안은 사업 승인을 위한 패스트트랙을 제공하고, 갈등 중재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며, 주민 보상 및 지원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전력망 확충 사업을 단순한 공익사업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과제로 격상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6.2 실효성에 대한 현실적 평가
정부와 한전은 이 법이 계획을 적기에 추진하는 데 필요한 '추진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 참여를 공식화하며, 지역 공동체 주도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 등 향상된 보상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동의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법의 성공은 결코 보장되어 있지 않다. 지역 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법적, 정치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법의 실효성은 그 조항을 집행하려는 정부의 정치적 의지와, 보상 체계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공정하게 인식되는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결국 이 특별법은 국가적 필요를 위해 지방의 권한을 중앙정부로 집중시키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다. 성공한다면 인프라 건설의 교착 상태를 깰 수 있겠지만, 만약 일방적으로 강행된다는 인식을 줄 경우 오히려 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여 사업을 더욱 지연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제7장 종합 및 전략적 전망
본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제11차 계획에 대한 총체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핵심 성공 요인과 이해관계자별 권고 사항을 제안한다.
7.1 야망과 현실의 균형: 핵심 분석 결과 종합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변혁적인 경제 및 에너지 동향에 대한 대담하고 필수적인 대응이다. 그러나 그 야심 찬 목표만큼이나 막대한 재무적, 사회적 실행 리스크가 공존한다. 계획의 전략적 필요성과 재원 조달 및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 사이의 긴장 관계가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7.2 제11차 계획의 핵심 성공 요인
재무적 지속가능성: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 부채 구조조정, 정부 지원이 결합된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특별법의 효과적 이행: 정부는 특별법을 단순히 반대를 억누르는 수단이 아닌, 신뢰를 구축하고 공정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능숙하게 활용해야 한다. 성공의 척도는 단축된 인허가 기간이 아니라 감소된 사회적 갈등이 되어야 한다.
기술 및 공급망 주권 확보: VSC-HVDC와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국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7.3 이해관계자별 권고 사항
정책 결정자: 한전의 재무적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투명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특별법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도구로 작동하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투자자: 한전의 재원 조달 전략, 특별법 하에서 추진되는 주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그리고 심각한 비용 초과 발생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본 계획은 전력망 기술 공급업체에게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한전 자체에 대한 투자는 상당한 실행 리스크를 수반한다.
산업계 (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전력망 계획 과정에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래 산업 및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은 이제 제11차 계획의 성공적인 이행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전력망 확충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지원하는 정책을 옹호해야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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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72조8천억 투입...11차 송변전설비계획 확정 < 전력·원자력 ...,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83787
호남-수도권 HVDC(서해안 백본) '38년까지 2GW급 4개 루트로 단계별 ...,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e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188
용인 반도체 전력난맥 풀린다···73조 규모 전력공급 설비계획 수립 - 전자신문,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etnews.com/20250527000194
한전, 72.8조 투자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확정 - 프라임경제,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m.newsprime.co.kr/section_view.html?no=690186
티스토리,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tistory.com/m/search?query=%ED%95%9C%EA%B5%AD%ED%95%B4%EC%83%81%ED%92%8D%EB%A0%A5
2036년까지 송전선로 1.6배 변전설비 1.5배 증설 - 이투뉴스,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3433
전체검색 결과 | 천안신문,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www.icj.kr/bbs/search.php?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EB%B6%89%EC%9D%80+%EC%83%89&sop=or&srows=10&onetable=news&page=385&device=mobile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입법 방안 - 한국전력신문,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www.e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694
[전기화 시대 도전] ① 발전소 지어도 무용지물…'전력망 병목' 해소해야 - 연합뉴스,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222002900003
한전 2038년까지 송변전설비에 73조 투입…48만명 고용창출 기대,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m.news.zum.com/articles/98526004/%ED%95%9C%EC%A0%84-2038%EB%85%84%EA%B9%8C%EC%A7%80-%EC%86%A1%EB%B3%80%EC%A0%84%EC%84%A4%EB%B9%84%EC%97%90-73%EC%A1%B0-%ED%88%AC%EC%9E%85-48%EB%A7%8C%EB%AA%85-%EA%B3%A0%EC%9A%A9%EC%B0%BD%EC%B6%9C-%EA%B8%B0%EB%8C%80?
한전, 2038년까지 72.8조 송배전망에 투자...송전선로도 70% 이상 늘리기로 - 조선일보,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5/27/H7U3Z6E3FZDQNAUAHL5LYDITWU/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수립·발표…“국가 기간산업 전력 동맥 ...,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www.kn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57
한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전력공급…송변전 설비에 72.8조 - 경제 - 더팩트,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news.tf.co.kr/read/economy/2209442.htm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수립…투자비 72조8000억 투입 - 쿠키뉴스,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505270123
국내 전력망 인프라 확충의 현실과 해결방안 모색 - 단국대학교,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cms.dankook.ac.kr/documents/portlet_file_entry/461028/07+%EC%A1%B0%ED%99%8D%EC%A2%85%2C+%EA%B5%AC%ED%9A%A8%EC%A0%95.pdf/fd93b124-d023-4857-fef6-cbf87c6ef1dd?status=0&download=true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발표,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market-report/%EC%9C%A0%ED%8B%B8%EB%A6%AC%ED%8B%B0%EC%A0%9C11%EC%B0%A820250530%ED%95%98%EB%82%98%EC%A6%9D%EA%B6%8C.
전력계통 내 관성확보를 위한 동기조상기 해외사례 검토 및 분석,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ki-it.com/xml/35560/35560.pdf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확정...첨단전략산업 수요 반영 - 에너지신문,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85
한전,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수립·발표 - 디지털비즈온,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www.digitalbizon.com/news/articleView.html?idxno=2340012
한전, 빚더미 속 73조 전력망 계획…재원 마련 '전기료·회사채'로 가능할까 - Daum,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v.daum.net/v/20250607060107703
한전, 전력망입지처 신설…"입지 선정 갈등 해결 발로 뛴다" - 연합뉴스,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211080800003
[에너지 3법 ②]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안 주요 내용 - 투데이에너지,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79838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령,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law.go.kr/LSW/lsRvsDocInfoR.do?lsiSeq=273843
법령 > 제정·개정문 -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령, 9월 25, 2025에 액세스, https://law.go.kr/LSW/lsInfoP.do?lsiSeq=273843&viewCls=lsRvsDocInfoR
| 구분 |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2022-2036) |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2024-2038) |
|---|---|---|
| 총 투자 규모 | 56조 5천억 원 | 72조 8천억 원 |
| 주요 수요 동인 | 신규 원전, 초기 재생에너지 확대, 일반 산업 수요 | AI/반도체 클러스터(초거대 부하), 대규모 해상풍력 |
| 핵심 HVDC 프로젝트 | 동해안-수도권 HVDC, 호남-수도권 4GW 2개 루트 구상 | 호남-수도권 2GW 4개 루트로 재편, 서·남해안 해상그리드 |
| 재생에너지 통합 전략 | 지역별 계통 보강, 공동접속설비 도입 |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통한 대규모 전력 융통 |
| 핵심 입법 기반 | (해당 사항 부족) |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
| 구분 | 제10차 계획 제안 | 제11차 계획 확정 |
|---|---|---|
| 루트 수 | 2개 | 4개 |
| 루트당 용량 | 4GW | 2GW |
| 총 용량 | 8GW | 8GW |
| 준공 목표 | 2036년 일괄 | 2031년, 2036년, 2038년 단계적 준공 |
| 설계 근거 | 대용량 전력 수송 효율성 극대화 | 기술적 제약, 변환소 부지 확보 용이성, 계통 안정성 |
원문: 네이버 블로그 한강 (hangang_z) · 2025-09-25 최초 게시